건강은 누구나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중의 하나이다. 내가 건강해야 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모든 사물의 이치와 마찬가지로 건강이라는 열매는 투자한 만큼 거두게 되어 있다. 좋은 생활습관과 고른 식생활. 꾸준한 운동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과 삶이 그 자양분이다.
얼마 전 73세 오스트리아 현직 대통령인 펴셔가 3800m 상공에서 고공낙하 시범을 보여 그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 등 옛날 같으면 황혼의 나이로 삶을 정리해야 할 시기에 자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사례들이 속속 등장한다. 바야흐로 인생2모작에서 3모작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질세라 다양한 분들이 많이 있으나, 여기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에 도전하는 한 분을 소개한다.
한낮인데도 수은주가 영하 2도에 머무른 2011년 12월 28일 추운 겨울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한가 뚝섬유원지 실외 인공암벽장. 한 남자가 외투를 벗고 상의 하나만 걸친 채 자일(줄)로 몸을 지탱한다. 홀더(인공 손잡이)를 잡고 15m 높이의 수직 절벽을 3분만에 올라갔다. 날렵한 몸짓과 뒤태만 봤을 땐 20대 청년의 모습 같았지만 고개를 돌리자 노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일명 ‘성동구 스파이더 맨(거미인간)’으로 불리는 73세, 안문현(73.남.서울시 성동구)씨다.
안씨는 스포트크라이밍(인공남벽타기: Spot Climbing) 분야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그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등산을 즐겼던 그는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만 쳐다 봐야만 했고, 암벽등반은 위험한 스포츠라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5세가 되던 해, ‘죽기 전에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작정 등산학교를 찾아가 등록 신천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단호했다. “나이가 너무 많아서 안 됩니다. 스포츠 크라이밍에서 30세면 퇴물로 봐요” 기분도 나빴지만 오기가 생겼다.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가 못 따라 가면 스스로 관둘 테니 받아주기만 해요”라고 통사정을 해 보기도 했다. 그 때 우연히 스포츠 신문에 낸 교육생 모집 광고를 봤다. ‘암벽등반 초보자 환영. 나이제한 없음’. 안씨는 바로 등록을 했고, 그때부터 인생이 달라진다.
1년 뒤, 모든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 출전했다. 안씨는 현재 약 1,000여명의 회원이 있는 전국 장년부 친선 스포츠 클라이밍협회 회장이다. 13년 전, 노인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돼 직접 후원사를 찾아 대회를 만들었다. 노인들의 호응이 대단하였고, 하루 만에 200명 정원이 마감돼 추가 신청자에게 돈을 환불해 줄 정도가 됐다.
그는 음식을 가려 먹지는 않는다. 안씨는 “ ‘잡곡밥이 좋다’ ‘삼겹살은 먹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 거 생각하면 골치 아파요. 초콜릿. 카페라테 같은 것도 다 잘 먹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체중조절 만큼은 신경 쓴다. 스포츠클라이밍은 체중이 늘면 몸을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57kg을 몇 년째 유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분당 9.8kcal를 소모하기 때문에 비만이 될 걱정은 없다. 고 설명했다.
술. 담배는 일절 하지 않는다. 체질 때문이다. 안씨는 “술을 먹으면 양쪽 코가 막히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담배는 15년 전에 끊었다. 운동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술. 담배를 하고 홀더를 잡으면 집중력이 떨어져요.” 스포츠크라잉을 더 잘하고 싶어서 담배도 끊은 셈이다.
안씨의 집중력은 또래보다 월등하다 협회 안내문도 직접 만든다. 1~2시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를 작성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평소 400쪽에 이르는 산악전문잡지도 정독한다. 집중력이 좋은 건 스포츠크라밍 덕분이다. 안씨는 “잠시 딴생각을 해 헛디디면 바로 낙하 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안씨처럼 집중력이 필요한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면 기억력이 좋아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안씨에게 스포츠클라밍을 해서 좋은 점을 물으니 “아내가 다른 노인네들처럼 골골대지 않는다고 좋아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다른 장점은 나이에 비해 동안으로 보인다는 점. 안씨는 “동창들을 만나면 저보고 우리 중에 가장 오래 살 거라고 해요. 지금처럼 건강하다면 100세까지도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의학의 발달과 자신의 건강관리로 평균 연령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조만간 80세 이상이 10만면을 넘어설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 것을 재앙으로 보는 비관적인 사라도 있으나 있는 그대로 받아 들려야 한다. 이것 또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삶의 일부이며 가족의 일부이며 사회적 현상이다. 이제 스스로 이 흐름을 인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행복한 삶을 찾아야 하며, 노후준비 등도 열심하여야 하고, 살아 있는 동안 움직이고 일거리를 열심히 찾아야 한다. 이제 사회와 정부도 청년실업과 장년실업을 동시에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