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다섯 개의 송곳이 있다고 하자. 제일 먼저 부러지는 것은 제일 예리한 송곳이다. 또 다섯 종류의 칼이 있다고 하자. 제일 먼저 닳아 없어지는 것은 제일 잘 드는 칼이로다. 그리고 제일 먼저 물이 말라버리는 우물은 물맛이 제일 좋은 것이며, 제일먼저 베어지는 나무는 제일 곧고 키가 큰 나무" 인간도 그와 다를바 없을 터이다. 용기가 있는 자는 그 용기로 인하여, 그리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 능력 때문에 도리어 몸을 망치게 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유용하고 유능한 인물일 수록 좌충우돌하다가 상처를 입기 쉬운 법이다. 허나 언뜻 보기에 어수록하여 남들의 눈에 잘 뜨이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큰일을 행하면서도 자기 인생을 별 잘못 없이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호랑이는 병든것처럼 걷고 조는 듯이 앉아 있어도 언제나 날카로운 공격의 발톱을 튼튼히 숨기고 있지 않는가....
공평히 만물을 거느리는 자연의 웅대한 포부를 어찌 인간이라고 멀리할 수
있겠는가. 날짐승은 두 다리밖에 없고, 뿔이 있는 동물은 이빨이 시원치 않으며, 아름답기로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고, 채색구름은 쉬이 흩어지듯이, 인간의 일 역시 크나큰 자연의 품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 여겨진다. 허니 다른 꽃보다 앞서 피는 꽃이 지는 것도 물론 더욱 빠를 수 밖에 없음을 잘 깨닫는다면, 우리의 한탄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공평히 만물을 거느리는 자연의 웅대한 포부를 어찌 인간이라고 멀리할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