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관련 질환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스트레스 관련 환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고, 연령별로는 40~50대가 전체의 40% 가까이 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50대 여성이 스트레스 질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의료계에서 스트레스 질환의 증가를 우려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전방위적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은 이제 상식처럼 돼버렸다.
지인들 사이에 꽃순이란 별명으로 더 잘 통하는 장영춘(53·경기 수원 팔달)씨도 스트레스 노출 정도가 심한 50대 초반의 여성이다. 하지만 그는 ‘스트레스 같은 건 모르고 산다’고 말한다. 꽃순이가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숲으로 가라고 외친다. 왜 그가 숲으로 가라고 하는지 들어보자.
잿빛 도시인들, 푸른공기에 ‘꽃순이’ 되다
“우리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니?”
꽃순이는 숲길을 걸으며 친구들과 함께 깔깔깔 웃는다. 그의 웃음은 마치 20대처럼 싱그럽고 맑다. 그가 이렇게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한 건 숲길을 걷고 나서부터다. 53살, 1남1녀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로서 평범한 생활을 해왔던 그였다.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고, 꽃 가꾸기와 뜨개질 정도가 취미였다. 집에서 할 일 없으면 누워서 텔레비전을 봤다. 아이들도 출가할 나이가 돼 이젠 더는 그의 손길이 필요치 않았다. 날마다 똑같은 하루하루. 즐거운 일은 없고, 괜스레 짜증만 늘어갔다. 속은 더부룩하고, 변비는 늘 있는 일이었다. 나이가 들어 체력이 약해지다 보니 조금만 걸어도 피곤했다.
그런 그에게 다시 활력을 안겨 준 것은 다름 아닌 숲이다. 지난해 초 장씨는 친구 소개로 인터넷 걷기 동호회 ‘세상 걷기’에 가입했다. 수도권에 있는 숲길을 찾아다니며 걷는 모임이다. 회원들은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그는 화요일 낮 모임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