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노인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여러 대학에서 이른바 ‘장수 연구소’를 만들 정도다. 이 연구소들은 장수한 노인들의 음식 습관과 유전적 경향, 장수촌의 환경적 특징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들에 따라 세계 각 지역의 여러 장수 음식이 소개되고 있다. 직접 기르는 가축들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치즈나 요구르트를 비롯해 올리브유, 데친 나물 등 수많은 장수 음식이 등장한다. 지역적으로는 공기 좋고 물 맑은 산골 지역이 장수촌의 특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와 함께 장수 노인들의 생활 방식에도 초점이 맞춰지기도 한다. 최근 이탈리아 장수촌을 대상으로 연구한 바를 보면 평생 목동으로 생활하면서 생을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다. 부부 또는 가족, 나아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홀로 외롭게 사는 것보다 훨씬 오래 산다고 한다. 장수 노인들은 대부분 한결같이 ‘욕심 내지 않고 그저 마음 편하게 살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런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장수의 비결은 욕심 없이, 많이 움직이고,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우선 많이 움직이면 혈액 순환이 잘된다. 혈액은 생명에 필요한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하며, 염증과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면역력을 강화시킨다. 이 혈액 순환이 잘되면 신체 각 기관들이 서로 소통을 잘할 수 있게 만들어서 신체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은 사람끼리 소통이 잘되는 것이다. 서로 공감하고 의지하고 관심을 주고받으며 더불어 살아가면 우리의 뇌는 건강하게 작동한다. 소통이 잘되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이 비어 있어야 한다. 마음이 욕심 등으로 꽉 차 있으면 상대방 말이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는 소통이 되지 않을뿐더러 정신장애에 시달릴 수도 있다.
수년 전에 아침마다 고층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을 하던 이웃이 있었다. 그는 건강을 잘 유지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듣기로는 심장마비로 일찍 숨졌다고 했다. 또 주변에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공부, 운동, 취미, 돈벌이 등 무엇이든지 열심히 해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항상 몸에 탈이 나 고생을 하고 늘 긴장 속에 살며 모임에 자주 빠지곤 했다. 사실은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집착해 빠진 결과다. <허찬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수를 위해서는 집착과 욕심을 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장수에 대한 집착도 버려야 한다. 그저 욕심 없이 많이 움직이고 더불어 사는 것이 좋은 삶이고 장수로도 이끈다. 짐을 가득 실은 수레는 멀리 가지 못하지만, 빈 수레는 오래 멀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