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온 치유 심리학자 기 코르노는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이 림프종 4기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라는 자서전적 책을 내 놓는다.
누구나 그렇듯 저자 역시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감기가 아니라, 암에 걸린 이유가 도대체 뭘까’라는 질문을 앞에 놓고 깊은 절망과 고민에 빠진다. “질병은 자연이 인간을 치유하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라는 융의 말처럼, 그는 몸의 병을 통해 마음의 병을 알게 된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본성을 억눌러온 과거와 자아를 질식시킨 완벽주의, 평생 되풀이해온 결핍의 상처 등에서 해답을 얻는다. 뿐만 아니라 기적 같은 ‘오늘의 삶’에 눈 뜨고, 암담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대처법도 스스로 발견해낸다. 평생 남을 가르쳐온 ‘선생’을 벗고 인생을 배우는 ‘학생’이 되어 비로소 죽음의 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책의 후반부에는 소울메이트이자 연인인 ‘야나’의 투병을 도우며 곁을 지킨 이야기도 소개된다. 자신보다 1년 먼저 유방암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대체의학에 매달린 야나는 결국 그의 곁을 떠나게 되고, 저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한 사랑으로 그녀의 곁을 지킨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주는 심리적 고통과 상처, 상실감, 그리고 회복에 대해서, 세밀화를 그리듯 마음결의 변화를 집요하게 기록했다.
얼마 전 영국 가디언지에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설문 조사한 결과가 나왔다. 대충 예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춰 산 것,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은 것, 옛 친구들과 연락을 끊은 것, 변화를 두려워해 즐겁게 살지 못한 것 순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저자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투병 이후,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다.
한국인중 한 집 건너 암환자가 있다라는 사실은 이미 통계를 넘어 이미 상식이 되었다. 건강을 자신하는 사람도 가까운 이의 나쁜 소식을 들으면 ‘남 얘기가 아니구나’ 싶어 덜컥 겁이 난다. ‘건강도 신경 쓰고, 주위 사람들도 챙기면서 삶을 되돌아봐야지’ 하다가도, 전투와도 같이 맹렬히 돌아가는 일상 생활에 파묻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런 생각 따위는 싹 사라지고 만다.
특히 성공한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같이 했던 모든 것들과 따뜻한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다. 나중에 회한이 되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또 잊은 채 오늘도 어디선가 뭔가를 위해 열심이다. 인간의 갈등, 조직의 갈등 등 어찌 보면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당연한 하나의 절차로 여기면서도 왠지 자신의 내면의 진실성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면서 점점 더 더 멀어져 감을 느끼고, 아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하며, 일종의 포기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합리화 하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알아야 한다. 언젠가는 너무 멀리 간 것처럼 보이던 자신만이 알고 있는 진실이 극도의 참회와 그리움으로 가까이 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현재를 즐기며 열심히 살되 나와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일은 하지 말며 살아가자.
당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계속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지금 너무 바쁘게 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인생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반추해볼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내 몸과 마음이 더 망가지기 전에, 진정으로 가치 있고 소중한 일들을 하며 살라고 당신의 어깨를 다독일 것이다.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내려놓아도 별 문제없다고, 아니 그렇게 해야만 진정 회한 없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