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젼리더십

님의 침묵

감창연 교수 2009. 5. 29. 17:05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 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띠끌이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   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에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생전에 좌나 우로 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던 노무현전 대통령 서거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