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때 세상사람들이 아름답게 보는 붉은 단풍잎처럼
나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 사람은 더욱 탓하지 않는다. 아래로 인간의 일을 배워서 위까지 도달했으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아마도 하늘일 것이다!”(‘논어’에서)
사후 그가 끼친 영향력으로 당 현종으로부터 문선왕(文宣王)이라는 시호까지 받았던 공자(BC 551~479). 그러나 그의 인생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우아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예가 실현되는 국가의 완성’이라는 이상을 품었던 그가 정작 그가 벼슬다운 벼슬을 한 것은 50세가 넘어서였다. 신하가 왕을 죽이고 권력을 위해 아비와 아들이 다툼을 하는 당대 현실에서 공자와 같은 이상주의적 정치철학가가 발붙일 곳은 없었다.
<공자, 최후의 20년>은 자신의 뜻을 알아주는 군주를 찾아 제자들을 이끌고 천하를 주유한 공자의 노년기를 조명한다. 노나라 한 읍의 우두머리가 되면서 벼슬길에 나선 50세 무렵부터 이른바 ‘철환천하(轍環天下)’로 알려진 천하주유 시기까지 공자의 말년은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고국인 노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일곱 나라를 떠돌았지만 그 많은 실권자들은 아무도 공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초라한 신세의 공자를 세인들은 ‘상가의 개’라며 비아냥댔고 철썩같이 스승을 따르던 제자들도 오랜 방랑에 지쳐 “우리는 코뿔소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닌데 왜 정착하지 못하고 광야에서 이리저리 방황해야 합니까?”라고 볼멘소리를 했다선진시대의 사상과 문화사를 전공한 대만의 역사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공자를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한 정치가로 자리매김하면서 “정치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극복될 수 없을까” “지식인은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상을 실현하고 싶은 야망은 컸지만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고 권력과 타협할 수 없어 감수해야 했던 공자의 좌절은 비애롭다. 그러나 그 좌절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세상은 불합리해서 세상을 바꾸려는 모든 노력은 왜곡된다. 이런 불완전한 세상이 완전해지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한 사람의 인격과 인생의 경지를 완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삶이야 말로 인생의 낙엽처럼.... 가을에 낙엽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인생살이처럼 말이다. 붉고 아름답게 지는 낙엽도 있고... 추한 색깔로 떨어지는 낙엽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