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학은 천 년을 누리고 죽음을 맞이 할 때는 노래를 부르고 마지막 순간을 맞는다고 한다. 그러한 노래를 학의 울음이라고 하지만 하늘이 준 명에 대한 순종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난초 중에서도 가장 진화가 빠른 종은 죽음이 닥치면 마지막 꽃을 짙은 향기를 천공에 뿜는다고 한다. 이러한 향기는 천수를 누리다 간다는 징표일 것이다. 사람 역시 명대로 살다가 명이 다 되어 간다면 죽음을 한탄할 것은 없다. 만물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운명을 타고 난다.
무식하고 무능하면 신용을 얻지 못한다. 서로 믿고 이상 거래를 한다. 외상으로 물건을 갖고 갔으면 약속한 날에 돈을 갚아야 신용을 얻는 것이 일상의 생활이다. 어디 물건을 사고 파는 데만 신용이 있어야 하는가, 아니다. 서로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사회에서는 언약을 믿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제 독불장군은 없다. 여기저기 약속을 해 놓고 하나도 지키지 못하면 허풍쟁이가 된다. 아무도 허풍쟁이는 믿어 주지 않는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 보다 무능한 것은 없다. 물이 너무 맑아도 고기가 살지 못하고 탁해도 살지 못하는 법이다.
사람은 무엇인가와 어울리고 싶어 말을 해야 하고 노래를 불러야 하며 춤을 추어야 한다. 이를 일러 공자는 ‘흥어시(興於時)’라고 했다. 흥이 나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 수 있어야 한다. 홀로 든 더불어 든 어울리게 된다. 누구나 혼자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이치를 빨리 알아 차리고 내 주변의 형제, 동료들에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존경스럽게 모셨던 한 분이 계셨다. 그 분은 대기업 사장을 5명이나 모신 비서실 출신이며 자수성가한 대표적 사람이다. 그분이 퇴직을 앞두고서” 나는 해가 지는 붉은 노을을 보면 저 해처럼 내 인생을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을 붉게 아름답게 물들이고 끝내고 싶다. 그리고 가을의 낙엽처럼 누군가 사색할 수 있는 재료가 되어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
처음과 끝 마무리를 잘 하는 사람들이 후세에 진정한 존경을 받는다. 그리고 있는 동안 그곳에서 인간으로서의 꽃 같은 향기를 남기며 살아간다. 인간답게 이야기하고 삶의 희로애락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면서도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슴에 품고서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 그는 진정한 리더다. 맥아더 장군의 의회 퇴역 연설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살아져 갈 뿐이다.” 다시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