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젼리더십

아쉬울 것 없어라

감창연 교수 2009. 2. 20. 13:47

지난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이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하늘로 떠났다.
그 동안 아픈자와 힘든자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고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셨던 큰 어른이 이제 우리들의 마음속 깊이 아쉬움을 남기고 가셨다...

 그러나 막상 가시는 길에 추기경께서는 묘비명을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로 미리 정하셨다.. 그리고 병원에 계실 때 수녀님들이 "마지막 남기실(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  그분은 웃으시면서 "없다"라고 하셨다....외국의 사례에서 우리는 많은 묘비명을 자신이 가장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쓴다고 한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는" 내 인생 우물 쭈물 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고 되어 있다... 
 
일단 우리나라 가톨릭교구의 큰 지도자 한분께서 돌아가셨다는게 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뉴스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교차해지나갔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조문하기 위해 몇시간씩이나 기다리고 있는 기나긴 행렬속의 사람들은
누구랄것 하나없이 진심으로 애도하고 기도하는 모습들 일색이였다.

과연, 내 주변에 어떤분이 돌아가셨을때. 내가 저러한 애도를 갖고.
저러한 슬픔을 같이 공유할 수 있을까.

불과 한달여 전에 친구아버지의 장례식에 이틀간 조문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내가 가졌던 슬픔과 안타까움은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은
친구 아버지를 향한 것 이라기보단 친구를 향한 마음이라는게 맞을 것이다.

그런맥락에서 봤을 때 이런 추도 행렬은 조금 의아하기까지 하다.

심지어 스님들도 조문을 오셔서 진심어린 조의를 표했다.
사실 이 장면에서도 굉장히 묵직한 감동을 받았는데.
상당히 배타적인 기독교의 교리에 질색했었는데 비춰지는 이런 모습을 보니.
사실상 충격. 이였다 하는것이 더 맞는 말 일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죽는다 라는 말을 이제껏 굉장히 쉽게 해왔지만
가까운곳에서 겪은지 얼마 안되서 연이은 이런 소식을 접하게되니 굉장히 심난하다.
사실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농담조로 아버지께 '아버지. 아버지는 향후 30년은 더 사셔야됩니다.' 라는 말을 건냈다.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한건 어쩔 수 없는 듯 싶다.

이렇게 전국적인 추도가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아직은 돈과 명예만이 최고만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또 그런 현실에 감사함까지 갖게됬다.

뭐 쓸데없는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짧은 글속에 무슨 말을 더 담아낼 수 있으랴..
깊게 마음으로 애도할뿐...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