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젼리더십

인생에 중요한 두가지 F

감창연 교수 2012. 2. 24. 15:28

2007 3월 모 일간지에 경기도 두밀리 자연학교 교장이었던  고 채규철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

 

선생님의 별명은 ‘ET 할아버지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와는 상관없이 이미 타버린할아버지란 의미였다. 채 선생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던 까닭에 얻은 별명이었다. 그는 장기려 박사와 함께 우리나 최초의 민간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의료보험조합을 설립했던 인물이다. 그분 덕분에 없는 사람들도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의료보험조합 일과 더블어 각종 봉사활동과 농촌 계몽운동에 앞장섰던 당시 서른 한 살의 채 선생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으로 동분서주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탄 차가 그만 산비탈에서 언덕 아래로 굴렀다. 차는 풍뎅이처럼 뒤집어졌고 공교롭게도 어느 고아원을 페인트 칠해 주려고 차 안에 실어 놓았던 페인트와 시너 두 통이 쏟아지면서 채 선생님의 몸을 적셨다. 차는 소리를 내며 폭발했고 그 불길이 시너를 뒤집어 쓴 채 선생님을 덮쳤다. 정말이지 순식간의 일이었다. 채 선생님은 거의 몸 전체가 타 들어가는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이 기적이었다. 그 후 수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30여 차례나 성형 수술을 해야 했다. 결국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귀를 잃고 한 눈은 멀고 손은 갈고리처럼 됐다. 물론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살고 싶지 않았다.

 

그 와중에 채 선생님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며 보살피던 아내마저 먼저 세상을 떠나 버렸다. 참으로 모진 운명이었다. 채 선생님은  몇 번이나 자살을 하려고 했을 만큼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세월이었다. 한마디로 깊은 수렁이었다.  하지만 채 선생님은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 깊은 수렁 속에서 깊은 긍정의 힘에 의지해 끝내 죽음의 미몽까지 떨치고 일어섰다.

 

훗날 그는 당시를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사는데 ‘F’가 두 개 필요해. 하나는 ‘Forget(잊어버려라)’이고 다른 하나는 ‘Forgive(용서해라)’ ! 사고 난 뒤 그 고통을 잊지 않았다면 난 지금처럼 못 살았어. 잊고 비워야 해 그 자리에 또 새 걸 채우지. 또 이미 지나간 일에 누구 잘못 탓할 것이 어디 있어. 내가 용서해야 나도 용서받는 거야.”    

 

그는 다시 '청십자의료보험조합' 일을 시작 했고 1975년에는 사랑의 장기기증본부를 만들었다. 그리고 86년에는 경기도 가평에 자기돈을 몽땅 털어 대안학교 두밀리 자연학교를 세운다.

 

정원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잡초를 제거 합니다. 그런데 잡초를 제거했다고 정원이 되겠습니까? 잡초를 뽑아내는 것은 정원을 만들기 위한 전초 작업일 뿐이다.

이젠 그 땅에 장미 나무를 심어야 한다. 거기에 장미가 없다면 정원의 의미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잡초만 제거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 땅에 나무나 꽃씨를 뿌리지 않는다면 정원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망상이나 불필요한 잡초를 제거 하였다면 그 위에 새로운 비전과 꿈, 우정과 사랑을 심어야 아름다운 삶이 열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