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젼리더십

인생은 가 봐야 안다

감창연 교수 2012. 3. 16. 16:54

2007년 겨울 어느 날 일본에선 일명 가발복서의 인생역전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주인공은 일본 슈퍼페더급 12위인 고유치 마사유키(당시 30) 그는 이미 20대에 머리가 빠지는 바람에 가발을 쓴 그는 직장 다니는 틈틈이 링에 올라 챔피언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의 인생이 일대 전환점을 맞은 건 2005 12 13. 같은 체육관 선배의 은퇴경기 오픈매치에 나섰다가 경기 도중 가발이 벗겨졌고, 이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 됐다. 창피를 당한 건 물론 슈즈와 트렁크, 낭시보호대 외에는 착용해선 안 된다는 규정에 위반된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다행히 일본복싱위원회(JBC)악의가 없다며 예외를 인정했지만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부업을 엄격하게 금지해온 회사가 이 일로 고구치의 복싱부업을 알아 차리는 바람에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것. 가발 때문에 졸지에 실업자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이런 사연이 화제가 되면서 가발과 발모제 회사의 광고 출연문의가 쇄도 했다. 그는 직장 걱정 없이 복싱에만 매진한 덕분에 연승 행진을 벌이게 됐고, 그래 연말 일본 국내 랭킹 12위에 올랐다.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광고 출연을 위해 바른 발모제 덕분에 고구치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 유명스타로 돈을 잘 버는데다 머리카락까지 자란 그에겐 지방 미인대회 애인까지 생겼다.

 

그는 그 해 3월 도쿄 고라쿠엔홀에서 열린 8회전 논타이틀 매치에서 엔도 도모야를 5 TKO로 물리치고 9연승을 기록했다. 통산전적 16(6KO)42,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자란 고구치는 이날 가발사건 2주년 기념대결에서도 레게 스타일 가발을 쓰고 링에 올랐다. 고구치를 후원하는 발모제 판매회사의 이시마 야스히로 사장은 고구치 덕분에 매출이 늘었다며 아파트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인생은 가봐야 안다. 한 순간 순간에 일비일희(一悲一喜) 할 필요는 없다. 인생 100세를 놓고 볼 때 오늘 아니면 일년 또는 몇 년의 고통과 혼란은 나에게 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사람의 의미가 주어진 환경 덕분에 쭉쭉 성장하는 사람 보다 더 감동을 주는 것이 사실이고 또 하나의 사는 맛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