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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젼리더십

멋지게 나이 들자(Well-Aging)

공자는 나이 30에 입지(立志), 40에 불혹(不惑), 50에는 지천명(知天命)이었고, 60세엔 이순(耳順)이었으며, 70세 때는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諭矩.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음)였다고 자기 삶을 회고 했다. 그러나 공자가 현대 사회에 살았더라면 65세를 일컫는 말을 하나 추가 했을 것이라는 시중의 유행어가 있다. 지공, 지하철 공차(무임승차)]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공인된 노인 대열에 합류하게 된 이들의 회한이 살짝 느껴지는 유머다.

 

노년기엔 지식보다 친구가 더 아쉽다고 말하는 분이 의외로 많다. 유명 시립대학 이사로 오래 재직하다 몇 해 전 97세를 일기로 작고한 분이 있다. 그가 생전에 80대가 되자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더니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어느 날 그는 열 살 가량 차이 나는 동생 친구들을 모아 놓고 이제 나랑 동년배라 생각하고 말 놓은 친구가 되자고 제의 했다.

동생 친구들도 취지를 이해하고 그와 맞먹기로했다. 그런 지혜 덕분에 말년 까지 친구 없는 의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의 부친께서는 교직에서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셨으며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 퇴임을 하셨다. 그런데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도 말하지 못할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거실에 부친께서 퇴임 시 교장 선생님이라 붙여진 명패를 잦다 놓았고, 교장선생님 시절에 쓰시던 책상과 비슷한 것을 구입하여 아버지에게 매일 거실에 놓인 그 책상으로 출근하시고 업무도 보시라고 농담 반으로 권유를 드린 적이 있다. 그 이후 몸이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실제 아버지는 매일 내가 마련해 전 사무실(거실)로 출근 하시면서 일을 보신다.  

 

원래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 나는 순간 누구나 공중에 붕 뜨는 허전함과 허무한 것을 느낀다.

이런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잘 나가던 시절의 호칭을 불러 주는 것이다. 실제 정신의학적으로도 퇴직 후에 재직시의 호칭을 듣는다는 것이 행복한 생활과 정신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리는 어릴 때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도 하며 어른 될 준비를 한다. 결혼 해 가정을 꾸리면 자식을 똑 같은 방법으로 길러 어엿한 어른으로 키우고자 한다. 그러나 정작 제대로 된 멋있게 나이 들어 가는 방법에는 서툴기 짝이 없다. ‘웰 에이징(Well aging)’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부족한 편이다..  


특히 20여년 후 아무 소리도 못하고 나이 든 사람 대열에 편입될 ‘4050’세대는 지금부터라도 인생 3모작에 대비한 공부를 해야 한다. 중앙일보에 보도된 가정의 달 특집기사를 보면 4050세대 남성은 직장에서 자리 걱정을 하고, 아내 앞에서 기가 죽고, 자녀 교육엔 소외되는 서글픈 낀 세대다. 세월이 더 흐른다고 상황이 더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수입은 줄어들고 건강은 나빠지고 외로움은 깊어갈 것이다. 돈이나 건강은 그것대로 대비해야겠지만, 나는 멋지게 나이 들어 가겠다라는 마음가짐을 배우는 것이 첫 순서라고 본다.  

 

일본의 여류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에 나오는 노년기의 마음가짐 몇 구절을 소개한다.

자신의 고통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 말라 젊음을 시기하지 말고 젊은 사람을 대접하라’ ‘젊은 세대는 나보다 바쁘다는 것을 명심하라’ ‘손자들에게 무시당해도 너무 섭섭해하지 말라’ ‘새로운 기계 시용 법을 적극 읽혀라’ ‘나이가 평균수명을 넘어서면 공직을 맡지 말라’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주면 내가 늙었다는 것을 자각하라’ ‘입 냄새. 몸 냄새에 신경을 쓰고 화장실을 사용할 대는 문을 꼭 닫고 잠가라’ ‘신변이 일상 용품은 늘 새것으로 교체하라’ ‘여행지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여행을 많이 할수록 좋다. ‘체력.기력이 있다고 다른 노인들에게 뽐내지 마라’ ‘ 재미 있는 인생을 보냈으니 언재든 죽어도 괜찮다고 늘 심리적인 결재를 해두어라

 

내용 중에는 몇 가지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직장인들도 내가 이정도 했으면 누릴 건 그래도 거의 누렸다라는 마음 가짐을 가져야 나중에 충격이 작으며, 젊은 직장인들도 생각보다 빨리 오는 이러한 인생의 이치를 조금 더 일찍 깨닫고 지금 현실에서 좀더 많이 배우고 좀 더 열심히 도전해 보고 또 희생하는 법과 남을 위해 양보하는 미덕도 배우면서 살아가야 현명한 생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